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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이야기

연구실 창 앞에 산세베리아 화분이 있다.

언제부터 나와 같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아마 10년은 넘은 것 같다.

시들시들한 것 같아 재작년에 새 화분에 옮겨심었다.

그 산세베리아가 올해 4월 매우 기분좋은 반응을 보였다.

한 포기만 있었는데 두 개의 새싹이 흙을 뚫고 고개를 내민 것이다.

그 힘차고 귀여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새싹이 나온지 꽤 지나서야 알아차린 무심함에 미안하기도 했다.

봄을 넘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맞이한 어제,

그 산세베리아에게 또 흠뻑 빠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에 문제가 생겨 시름으로 가득한 오전을 보내다 답답한 마음에 창을 바라보았다.

창앞에 있는 산세베리아의 모습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았다.

얼른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았다.

아, 그런데 줄기 중간에 예쁜 꽃을 머금고 있지 않은가.

향기까지 품고 있었다.

아침부터 컴퓨터로 침울해진 나에게 충분한 위로를 주었다.

참으로 많이 고마운 일이다.

꽃대가 나온 지는 꽤 시간이 지났을터인데 이제서야, 그것도 내가 아쉬울 때가 되어서야 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지난 봄에 새싹이 나왔을 때와 똑 같은 미안함도 마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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