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고려대학교 민사법학회 학회지 탑되리 격려사(2000년)
격 려 사 명 순 구 교수(민사법학회 지도교수) 민사법학회 학회지의 이름, '탑되리'에는 무언가 강렬한 의지와 뜨거운 열정이 배어있는 것 같아 느낌이 좋습니다. '탑되리'에서의 '탑'이 '塔'이라도 좋고 또한 'Top'이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민사법학회 회원들의 정성이 흠뻑 배어있는 '탑되리' 제6호 발간에 대하여 따스한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대학이라는 곳은 젊은 인재들이 모여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곳입니다. 민사법학회의 회원들은 바쁜 학과일정 속에서도 회원들 사이에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학업을 권하는 바람직한 학회로 커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늘 흐뭇한 마음입니다. 특히 2000년에는 정기적인 학술세미나를 통하여 새로이 등장하는 법학적 과제를 주제로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성스럽고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 제자들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의 들소 떼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풀을 찾아 그리고 물을 찾아 몰려다니는 들소 떼 말입니다. 이들이 지나간 뒤에는 무엇이 남습니까? 뽀얀 먼지뿐입니다. 아프리카의 들소들은 눈에 보이는 풀과 물을 찾아 헤매지만 사람은 다르게 살아왔습니다. 풀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풀씨를 심을 수 있는 땅을, 보이는 샘물을 찾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청결한 지하수를 추구했습니다. 풀씨가 자랄 수 있는 곳과 지하수를 얻을 수 있는 지점을 알기 위하여는 수많은 이성적 노고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민사법학회의 회원들은 더 유용한 풀과 청결한 지하수를 찾기 위한 이성적 훈련에 더욱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이성적 노고만으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성능력은 따사로운 마음에 의하여 통제될 수 있어야만 바람직한 모양을 갖출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면서 같이 아파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보면서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각자의 가슴 속에 이러한 마음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을 할당해 두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크나큰 손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탑되리' 제6호의 발간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해를 더할수록 '탑되리'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민사법학회가 많은 사람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塔', 고수준·고밀도의 법문화 형성에 있어서 늘 앞서가는 'Top'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친애하는 민사법학회 회원 여러분! 오늘만은 우리의 피곤한 머리를 쉬게 하고 가슴만으로 축하합시다. 오늘 여러분과 나 사이에 놓여있는 것은 출석부가 아니라 잘 익은 막걸리 한 사발입니다. '탑되리'를 위하여 건배를 제안합니다. [2000. 12.]